2013년 2월 26일 화요일

북촌 기행



회사에서 마련해준 인문기행 두번째 시리즈 북촌 기행.
주말에 회사에서 기획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소중한 나의 시간을 빼앗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의 하나인데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은 북촌 기행 후 이어지는 고상지의 반도네온 공연이 보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저조한 참여율로 이한철의 어쿠스틱 공연으로 변경되었고 안타까움을 안고 큰 기대없이 참석하였다. 결론적으로 얘기하자면 유익한 프로그램들로 재미있었고 배운것도 많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공방체험 : 나무를 다루는 일은 대목장과 소목장으로 나뉜다고 한다. 대목장은 숭례문 보수하는 것과 같이 큰 틀을 잡고 서까래, 기둥 등을 작업하는 일이고 소목장은 문, 창, 가구 등 섬세한 작업이 필요하고 디자인까지 감안해야 하는 일이라고 한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소목장 무형문화재 심용식님이 현재 살고계신 한옥, 청원산방이었다. 큰 틀은 그대로 두고 살기 편하게 현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하였는데 곳곳에 감탄을 자아내는 요소가 많이 숨어있다. 매주 금요일은 예약자에 한해 개방한다고 하니 한옥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방문해볼만 하다. 옆집 공방에선 여러 사연을 갖고 있는 한옥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1년 과정으로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문화유산은 아교 등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디자인을 하고 틀을 만들어 하나하나 끼워서 큰 모양을 만드는데, 나무가 기온에 따라 수축/팽창할 수 있기 때문에 휘는 것을 방지하고, 부분적으로 훼손되었을 때 전체를 보수할 필요 없이 훼손된 부분을 떼어내서 다시 만들고 조립하면 되기 때문에 유지보수도 쉬워진다고 한다. 틀 끼우는 것을 체험해보고 기념품 하나.


북촌산책 : 통의동, 가회동, 삼청동, 계동 등 경복궁을 둘러싸고 있는 곳들 느낌이 참 좋다. 예전에도 몇번씩 둘러본 곳이지만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걷다보니 모르고 지나쳤던 것도 많고 재미있었다.
서울시가 임대해준다는 게스트하우스, 인촌 김성수 선생의 고택, 중앙고등학교, 우리나라 최초의 치과, 맹사성 집터, 가회동 31번지까지.
예전에 중앙고등학교의 닫힌 교문 앞에 몰려있는 일본인 관광객과 학교 앞 문방구에 늘어진 연예인 사진들을 보며 저건 뭔가 했었는데 겨울연가에 배용준이 다니던 학교 촬영지였다고.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중앙고는 역사적으로 의미가 깊은 곳이다. 100년이 넘은 역사를 가진 명문고로서 고려대 본관과 비슷한 느낌이 나는 본관은 사적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 곳에서 3.1운동의 싹이 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본관의 오른쪽 편에 살짝 보이는 숙직실에서 중앙고 출신의 엘리트들과 선생님, 학생이 모여 논의를 했었다고 하는데 이곳이 일본 관광객이 찾는 장소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가회동 31번지는 골목 양쪽으로 한옥이 늘어서 있는, 북촌 8경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장소이다. 가장 높은 위치에서 시내를 내려다보았을 때 오른쪽 첫번째 집이 개인의 취향에 나왔던 상고재, 실제 이름은 여랑재이다. 그 옆에 있는 집은 MB가 후보자시절 세들어 살던 가회동 자택인데, 기독교인이라면서 풍수까지 따지는구나. 어쨌거나 대통령이 되었으니 행운의 프리미엄이 어마어마한 집이다. 집주인이 팔려고 내놓았다가 팔리지 않아서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인데 1박에 150만원이라고.


희망가게 : 희망가게는 아름다운 가게와 아모레퍼시픽의 후원으로 저소득 한부모 여성을 위한 창업자금 대출을 지원받아 만들어진 식당이다. 금리 1%의 좋은 조건으로 한부모 여성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인데 안국역 근처에 1호점 정든찌개가 있다. 이 곳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국내산 재료를 사용하는 착한가게이기도 하다. 이런 활동이 있는지 몰랐는데 벌써 50호까지 생겼다고 하니 조금은 먹먹해진다.

이한철 : 마지막으로 이한철 공연. 얼마 전 건축학개론 출판행사때 가보았던 해빛이라는 문화공간에서 진행되었다. 단촐한 인원에, 슬리퍼 신고 하는 공연이라니 서로 얼마나 민망할지 걱정이었는데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라이브 공연을 많이 하던 분이라 그런지 위트있는 멘트도 많이 하고 리액션도 많이 이끌어내주었다.
미발표 곡을 포함하여 아프리카와 관련된 노래들을 불러주었는데, 우리의 북촌기행을 진행해준 트래블러스맵을 통해 아프리카 여행을 두 번 다녀왔다고 한다. 그 때의 이야기들을 몇 가지 해주었는데, 차를 타고 초원을 달리고 있는데 하늘이, 한국에서 보던 하늘은 내 머리 위에 있는 것이었는데, 아프리카에선 하늘이 내 어깨 옆에도 있더라, 그렇게 나를 감싸고 있더라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사람이 적다고 소홀히 하지 않고 시작 전 꼼꼼한 리허설로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함께 한 동료 연주자도 다양한 퍼커션과 소품들을 준비하여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프로는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뜻밖의 좋은 공연에 감사.


공정여행 : 이 날의 여행은 트래블러스맵을 통해 진행되었다. 트래블러스맵은 공정여행을 실천하는 여행사이다.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패키지 여행을 가면 맛없는 교민 식당, 바가지 쇼핑 등 커미션이 존재하는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것들을 지양하고 현지가이드에게는 정당한 임금을, 내가 소비하는 것은 그 지역의 경제를 선순환시킬 수 있게, 지역민과 어울리며 현지의 문화를 느낄 수 있게, 환경을 우선 생각하며 여행하는 곳이 트래블러스맵이다.
기업문화도 당연히 독특하겠지만 창업자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원래는 대안학교 선생님이었다고 한다. 대안학교의 아이들이 여행을 하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며 올바른 여행이 아이들을 성장케 한다는 믿음이 생겼다고 한다. 그리고 트래블러스맵을 창업했다. 그리고 여행대안학교를 설립하였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세상을 바꾸는게 마냥 어렵지만은 않은거구나. 방향만 잘 잡으면 내가 하고 있던 일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데 기여할 수 있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일상과 다르지 않은 나들이일거라 생각했는데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낀 하루였다. 많은 사람들이 공정여행을 통해 행복한 경험을 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http://www.travelersma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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