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007년 로스앤젤레스(CA)-마이애미(FL)-키웨스트(FL)-뉴욕(NY)-포트리(NJ)-뉴헤이븐(CT)
(2) 2009년 샌프란시스코(CA)-팔로알토(CA)-라스베가스(NV)-그랜드캐년(AZ)-몬테레이(CA)
(3) 2011년 피츠버그(PA)-버팔로(NY)-나이아가라폭포(캐나다)-왓킨스글렌(NY)-스털링(VA)-워싱턴D.C.
(4) 2013년 괌
(5) 2015년 뉴욕
(6) 2023년 하와이
예전에 미국, 어디까지 가봤니? 시리즈를 올렸었지. 그 이후 뉴욕에 한 번 더 다녀왔고, 이번에 하와이에 다녀왔다. 이제는 유럽에도 한 번 다녀왔을 법한데 여전히 미국 사랑.. 여행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이번에 림림이가 신혼여행을 하와이로 가게 되어서, 여행의 성격이 달라서 별 도움은 안되겠지만 그 전에 정리를 해서 보여주고 싶어서이기도 하고, '내년 겨울에는 서부에서 장기여행을 하겠다'고 선언한 2021년 글을 다시 보게 되어서이기도 하다. 역시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
이번 하와이 여행도 충동적으로 결정했다. 올해부터 소멸되기 시작할, 유럽에 가지 못해 소멸될 위기에 처한 나의 마일리지 때문에 이리저리 보너스 항공권을 살펴보니 1년 후 일정으로도 하와이 이코노미 말고는 마땅한 티켓이 없었다. 그런데! 운명처럼! 동아리 선배 언니가 하와이에서 결혼한다는 것이 아닌가. 3개월 후 티켓이 있으려나 했는데 있다? 이것은 하와이에 갈 운명이네 하고 바로 티켓팅했다. 언니 만난 다음 날 티켓팅했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그 정도 사이는 아니었던지라 좀 놀라셨을 듯.
여행은 여행지에 가서도 좋지만 계획부터 신나는 법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흥이 안 난다. 아직도 숙소를 안 정했냐, 아직도 일정을 안 짰냐는 이런저런 주변의 구박을 받아가며 신랑의 진두지휘 아래 숙소 예약을 마쳤다. 9박 예정이라 빅아일랜드를 꼭 가라는 조언도 있었고 그 정도 일정이라면 섬 하나 찬찬히 돌아보기도 빠듯하다는 조언도 있었는데, 돌아보면 오아후에만 있기를 잘했다 싶다. 일정 중에 숙소를 한 번 옮기기는 했지만 아이와 함께 비행기를 타는 건 또 타는건 힘들지. 그래서 우리는 렌터카 없이 오아후에서만 9박을 보내다 왔다.
숙소는 프라이스 라인의 익스프레스 딜을 이용해 4성 '아웃리거 리프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에서 5박, 3.5성(? 3성이겠지)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에서 4박을 했다. 아웃리거 리프는 와이키키 서쪽이고 많이들 가는 쉐라톤과 가깝다. 호텔에서 바로 해변으로 나갈 수 있고, 1층에는 작은 규모의 야외 수영장과 자쿠지가 있었다. 일회용품 천국인 하와이의 호텔이지만 생수는 준비해주지 않아서 비치된 텀블러에 정수기 물을 받아서 다녔는데 호텔을 옮겨보니 층마다 정수기가 있는 것이 얼마나 편리한 것이었던지. 그리고 넉넉히 준비해주는 캡슐커피도 맛있었다. 와이키키 비치 리조트는 와이키키 중심부에 있어서 조금만 걸어 나가면 해변 뿐만 아니라 모든 곳을 다 가볼 수 있다. 여긴 모르고 예약했는데(택시기사님이 알려주심) 대한항공이 운영하고 있는 호텔이라 오가며 승무원들도 볼 수 있었고, 한국인 투숙객도 많은 편이었다.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영우가 와플 만들어 먹는것을 좋아했다. 그러나 수영장은 있으나마나할 정도로 작아서, 영우가 맞은편에 보이는 호텔들의 수영장들을 내려다보며 매우 부러워했다.
첫 5박은 일정을 거의 잡지 않았다. 선배언니 결혼식이 가장 큰 일정이기 때문에 액티비티를 끼워 넣기가 부담스럽기도 했고, 숙소가 좋다고 하니 호텔을 누리고 싶었다. 지나고 보니 잘 한 결정이었다. 작다고 생각한 수영장이었지만 자쿠지도 두 개나 있어서 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수영장과 자쿠지를 잘 이용하면서 놀았다. 힐튼호텔에서 하는 불꽃 놀이도 보았고, 알라모아나 센터에 가서 쿠키도 사고(호놀룰루 쿠키를 잔뜩 샀는데 호놀룰루 쿠키는 여기저기 많이 있었다), 로스에 가서 캐리어와 신발(영우가 좋아한 바슈!)도 샀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선배 언니의 결혼식. 날씨가 아쉬웠지만 너무나 아름다운 장소에서 드라마에서나 보던 미국식 결혼식에 참석해서 신부의 증인도 되어보고 아름다운 사진도 많이 남겼다. 결혼식 후에는 크루즈 피로연에 초대해 주셔서 맛있는 음식과 멋진 공연도 경험할 수 있었다.
다음 숙소는 와이키키 중심가에 있었기 때문에 맛집도 많고, 밤 늦게까지 운영하는 술집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는 매일 액티비티가 예약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 둘러볼만한 시간이 없었다. 첫 날은 걸어서 갈 수 있는 호놀룰루 동물원. 호주처럼 특색있는 동물들이 있는건 아니지만 넓고 넓은 동물원에 맹수들이 어느 정도는 여유롭게 지내고 있는 것으로 보여서 저 멀리, 어느 바위 뒤에서 쉬고 있는 동물들을 발견할 때마다 나름의 기쁨이 있었다. 그리고 거대한 반얀트리가 많아서 야자수만 보이는 곳보다 더 이색적이다.
다음 날 차로 한 시간 반 가량 걸려 도착한 곳은 쿠알로아 랜치. 쥬라기공원, 로스트 등의 작품들을 찍은 곳이기도 하고 목장이라고 하는데 부지가 넓다보니 여러가지 체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UTV(다인승 ATV)를 탔는데 운전을 한 신랑은 재미있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거대한 산맥을 끼고 바다를 바라보며 비포장 숲길을 달리는 경험은 어디서도 쉽지가 않을 것 같다. 다만..흙먼지가 엄청나니 꼭 고글을 써야할 것이고, 제일 앞에서 달리는 것이 아니라면 엄청난 배기가스로 시커매지는 얼굴을 각오해야 한다. 이 외에도 영화 촬영지를 둘러보는 영화투어, 승마, 짚라인 등 다양한 체험이 있다. 체험 뿐 아니라 비현실적인 대자연을 보고만 있어도 특별한 경험이 된다. 영화 up의 오프닝 영상에 나오는 그 화산섬들과 똑닮은 산들이 한 눈에 담기 어려울 정도로 펼쳐져 있다.
다음 날은 폴리네시안 마을에 갔다. 쿠알로아 랜치보다 더 멀어서 전 날 갔던 길을 다시 돌아보며 이동했다. 하와이 원주민들의 민속촌 같은 곳에 가서 원주민들의 문화를 영우에게 보여주자는 취지였는데, 나는 폴리네시아가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많았다. 폴리네시아는 특정 나라를 뜻하는 것이 아니고 오세아니아 인근에 있는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지역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장 큰 나라가 뉴질랜드이고 사모아, 피지, 통가, 하와이 등이 폴리네시아에 속하고 약 6개 섹션에 이 나라들의 전통문화를 소개하거나 체험해볼 수 있도록 운영한다. 폴리네시아인은 엄청난 피지컬을 자랑하는 민족이어서 사모아에서의 나뭇가지로 불지피기 체험은 신랑을 좌절하게끔 했다. 그 밖에도 전통낚시, 카누타기, 타투, 전통춤 배우기 등 많은 체험을 해볼 수 있었으나 다 둘러보지는 못했다. 마지막은 공연으로 마무리 하였는데 하나의 스토리에 주요 국가의 전통춤을 녹여내서 볼만했다. 크루즈에서 본 공연들과 큰 결은 같아서 복습하는 느낌도 들었고, 화끈하게 불을 사용하는 공연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끝나면 9시라, 우리는 셔틀버스로 이동했지만 운전해서 와이키키로 돌아오려면 매우 힘든 일정일 것 같다. 북쪽으로 숙소를 옮기거나 하는 날에 이용하는 것이 좋을 듯.
그리고 마지막 날은 대망의 헬리콥터 투어! 원래는 한 시간짜리로 예약했는데 놀이기구도 잘 못 타고 흔들림에 예민한 신랑이 좀 자신 없어해서 45분 투어도 변경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영우가 멀미를 해서 헬기에 라면의 흔적을 뿜어놓았다. 그래도 투어를 시작한 후 금방 토해서 이후에는 속이 편해졌다고 한다. 영우는 안됐지만, 헬리콥터에서 바라보는 하와이의 바다는 너무나 아름다웠다. 와이키키는 진짜 일부였을 뿐, 와이키키 바다도 예쁘다 했었는데 곳곳마다 아름다운 스팟이 너무나 많았다. 헬리콥터는 처음 타봐서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풍경도 멋지기는 했는데 조종사가 좌우 45도 이상씩 기울이기도 할 때는 음..힘들었다. 내 옆에 탄 커플은 페이스타임으로 부모님께 하와이의 바다를 보여주었다. 나중에 참고해야지.
마지막으로 음식에 대해서는 크게 할 말은 없는데..어딜 가도 언제 가도 줄을 서야 하는 곳이 많아서 예약이 필수이다. 첫 5박을 할 때는 조식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서 아침을 먹기가 애매했다. 오전 9시가 넘으면 맛집에도 스타벅스에도 코나커피 집에도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영우가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 타입은 아닌데 그나마 로코모코와 스테이크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레드랍스터는 못 갔지만 크루즈에서 랍스터를 먹을 수 있었고, 유명한 포케 맛집은 못 갔지만 숙소 옆 식당의 모든 음식이 맛있어서 포케도 몇 번이나 먹을 수 있었다. 택시기사님이 하와이에서만 파는 맥도날드 코코넛파이를 추천해주었는데 바로 옆이지만 결국 못 먹고 왔다. 그렇지만 아사이는 많이 먹고 왔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맛인가 했으나 1일 1아사이를 하지 못해 아쉬울 정도. 마지막 날 저녁 영우 생일 저녁 식사로 간 울프강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는 작은 생일케이크를 서비스로 제공해주어 홍콩에서의 생일 저녁을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이렇게 10살 영우의 생일여행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