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30일 월요일

나의 방학 생활

다시 책을 읽었다.

판타지 소설을 읽다가, 마지막 4부 2권을 남겨 두니 뭔가 끝내기 아쉬워서 다른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시작은 정세랑의 피프티 피플부터. 수지형 블로그에서 재미있다는 평을 보고 시작했는데 오랜만에 느끼는 소설가의 흡입력에 빠져서 시선으로부터, 보건교사 안은영도 읽었다. 지금은 최근작이자 여행 에세이인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수 없어'를 시작했는데 여행 에세이인지라 왠지 더 기대가 된다.

친구가 책에서 읽은 어떤 영양제 이야기를 하길래 얘는 또 어떤 책을 읽고 팔랑거리나 싶었는데 의외로 하버드 교수가 쓴 책이라 나 역시 권위에 취해 읽은 노화의 종말. 나이가 들면 당연한 현상인 노화를 사망원인 중 하나인 질병일 뿐으로 인식하고 치료할 수 있다는 새로운 주장을 편다. 여러가지 실험을 통해 수명을 연장하는데 효과적인 약물들을 발견하였고 NMN(니코틴아마이드 모노뉴클레오타이드)이 효과적이라는 이야기. 그래서 8월부터 NMN을 먹고 있다 ㅎㅎ

위스퍼 네트워크라는 소설은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전세계 어디나 쉽지 않은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게한다. 유사한 일을 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 변호사 작가님 멋있어요.

김하나의 동거인인 황선우의 인터뷰 엮음집인 멋있으면 다 언니. 나도 멋진 언니가 되고 싶었는데... 멋진 엄마라도 되어 보자라고 압박하면 안되겠지.

공연을 보았다.

김선욱의 지휘는 처음이었는데 그 열정을 어쩔거야. 첫 곡은 피아노 연주와 지휘를 함께 한데다가 전 곡 암보까지 해서 탈진해 쓰러지는거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피아노 연주만 들어도 좋았을텐데 뒤돌아 선 김선욱의 지휘봉 끝을 따라가며 오케스트라에 시선을 주고, 다음 순간을 예상해볼 수 있어서 더 감동적이었다. 원래는 신랑과 영우와 함께 보는 첫 공연이기를 희망해서 좀 아쉽기도 하지만, 함께 볼 친구들이 가까이에 있는 것에 감사해야지.     


8월의 성남 마티네 콘서트는 발트앙상블이라는 독일에서 활동하는 현악 연주자들의 연주였다. 첫 곡이 드뷔시의 달빛이었는데 현악으로 달빛을 들을 기회가 앞으로도 있을까? 차이코프스키의 곡 역시 처음 들은 것 같은데 악기들의 음색이 잘 드러나고 주고받는 소리와 분위기가 좋았다. 특히 비올라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 때는 들으려 애써도 듣기 어려웠는데 현악기만 있으니 소리가 잘 들려서 정말 좋았다. 일부러 현악 앙상블 공연을 찾아 보지는 않을텐데 잘 기획된 정기공연을 보게 되니 이런 기쁨이 있구나.


성남 아트센터에서 기획하는 아카데미 수업도 있다. 영우가 수강한 이야기가 있는 코딩 수업도 아트센터 기획인데, 아이들 대상 수업에 실기도 있고 성인 수업도 다양한 편이다. 7월에는 미술 애호가 및 콜렉션이라는 수업과 아트 앤 뮤직 큐레이션 수업을 들었다. 미술 애호가 수업은 실제 내가 작품을 구매하려면 알아야 할 기본적인 지식과 세계 유수의 컬렉션 및 경매에 대해 알려주는데 새로운 지식들이 많아 재미있게 들었다. 9월에 같은 커리큘럼으로 진행되어서 신청은 안했는데 커리큘럼이 좀 변경되면 이 선생님 수업을 또 들어보고 싶다. 아트 앤 뮤직 큐레이션은 미술 감상 입문에 아주 도움이 될 것 같다. 정말 가볍게 들을 수 있어서, 그리고 9월의 주제가 그리스 신화여서 신청을 했는데 아무래도 9월은 바쁠 것 같아서 취소를 했다.

9월이 바쁠 것 같은 이유는 우리 아이 책읽기와 글쓰기 강의를 신청했기 때문. 그리고 추석 전 주에 제주도에 간다. 한달 살기 하러가는 영우 친구 따라 가는건데 그 사이 4단계가 풀린다면 제주도에서 더 머물수도. 그리하여 9월에는 마티네 공연도 취소를 했는데..조성진 공연 예매를 시도하다가 이선좌 한 번에 매진되서 슬프다. 



영우의 첫 번째 여름 방학

 한 달간의 여름 방학이 끝났다. 코로나로 어디 제대로 놀러가지도 못하고 어영부영 지나갈 것이란 예상대로 제대로 된 휴가는 즐기지 못했지만 영우는 실컷 놀면서 잘 보냈다.

 우선 방과후 교실을 8월부터는 그만두었다. 덕분에 나의 자유 시간은 없어졌지만... 하고싶은 활동을 시켜줄 수 있게 되었다. 엄마 병원 다녀오는 날이 있을텐데, 하교 시간 맞춰서 못 데리러 가면 어쩌냐고 했더니 혼자 알아서 집에 오겠다고 자신한다. 개학한 지금은 횡단 보도까지만 데려다주고 혼자 오가는 연습 중이다. 

 방과후 교실을 그만두면서 영어 학원을 알아봐야 하는데 영우가 먼저 뮤엠영어를 이야기해서 더 알아보지 않고 뮤엠영어에 등록하였다. 영어는 참으로 하기 싫어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잘 이끌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기 싫어하는 마음에 비해 숙제는 잘 하고 있는 편이다. 

 학원 말고는 성남아트센터에서 방학 특강으로 기획한 이야기가 있는 코딩 수업을 들었는데 실제 코딩을 하는건 아니고, 그림책을 함께 읽으며 코딩과 관련된 주제들을 끄집어 내고 관련된 활동을 하는 것이다. 전도펜을 사용해서 회로 만드는 것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나머지 수업들은 장난을 너무 많이 쳐서 보고 있기가 힘들었다. 당분간은 줌수업은 신청하지 말아야겠다.

 방학 중에 제일 기억에 남았던 건 뭐냐고 물어보니 대구에 간 거란다. 성민이랑 재희랑 노는게 너무 좋다며, 겨울 방학은 두 달일거라고 하니까 그럼 겨울 방학엔 대구 가는거 2주로 부탁해요라고.

 학습만화를 읽기 시작하면 그림책은 아무래도 흥미가 떨어진다. 방학 중에 학교에서 책 읽는 모습을 패들렛에 올리는 미션이 있어서 숙제 핑계로 읽게 하였다. 대구 있을 때 빼고는 하루에 두 세권씩은 읽은 것 같아서 보람차다.


 8월부터 축구를 시작했다. 첫 날에는 하기 싫다고 하더니 지금은 축구하는 날을 기다린다. 이제 유니폼도 생기면 더 재미있게 할테지. 그리고 해동검도를 시작하였다. 영우가 좋아하는 친구가 해동검도를 하고 있었는데 영우도 친구와 하고 싶어하고, 집중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은 기대와 수련 중 명상 시간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어 등록하였다. 도복이 멋져서 너무나 좋아한다. 영어 학원 갈 때도 벗고싶지 않아 할 정도이다.


 그리고 탄천에 나가서 운동도 했다. 인라인을 타기도, 킥보드를 타기도. 자주 나간 것 같은데 주 2회 정도였네. 어느 날 탄천에서 모인 세 가족. 결국 울면서 끝났지만 영우는 그저 해맑다.

 
8월에는 친구들 집에 초대받기도 하고, 우리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학원 끝난 후에는 놀이터에서 친구랑 매일 놀다 들어왔다. 최고로 좋을 때지. 그나마 동네에 친구가 많으니 이렇게라도 놀 수 있어서 다행이다.





 영우의 문화생활을 위해 7월에는 브라스밴드와 김선욱 연주를 예매해 두었었다. 브라스밴드는 신나는 공연이 될 것 같아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시작한 지 20분 만에 응가가 마렵다고..트럼펫 소리가 너무 커서 갑자기 응가가 마려워졌단다. 응가 후 다시 입장하여 젤 뒷줄에서 보는데 어찌나 산만하던지, 주변 관객에게도 미안하고 영우도 더 이상 공연을 볼 수가 없어서 퇴장했다. 아직 공연은 무리겠다 싶어서 우리 세 식구 함께 보려고 했던 김선욱 공연은 친구들과 보는걸로.
 피카소전도 예매해 두었는데, 주말에는 너무나 사람이 많아서 집으로 돌아오고 대신 친구와 투탕카멘전에 가 보았다. 역시 평일에 활동을 해야하는 것. 아이들 가이드도 따로 있고, 구성이 잘 되어 있어서 한 시간 반이나 보았다. 친구랑 함께 보니까 가능했지 엄마아빠랑만 있었으면 집에 가자고 백 번 이야기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전쟁기념관까지 둘러보는 성공적인 하루였다.



 다음 방학 때는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기를 희망하지만 쓰고 보니 이 정도도 훌륭했다 싶네. 이제 즐거운 학교 생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