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0월 28일 토요일

김정원 Last Chopin

회사 동호회에서 김정원의 피아노 리사이틀을 단체관람하였다.
혹시 몰라(?) 사인받을 수 있게 앨범도 준비. 오랜만에 앨범도 사고 하니 다시 팬심이 일렁인다.

동호회에서 지난 번 바이올리니스트 송지원의 리사이틀을 함께 했을 때에도 느낌이 남달랐는데, 그 때는 내가 현악기를 연주하는 입장에서 활의 쓰임과 비브라토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좋아하던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피아노 연주자들의 입장에서 감상평을 듣는 것이 너무나 좋았다. 
나는 그간 김정원의 연주는 섬세하고 나무랄데 없지만 너무나 정석이어서 검증된만큼 다소 지루한 느낌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날 연주된 쇼팽의 곡을 쳐 본 적도 있는 동호회 멤버들은 너무나 개성있는 연주자라고 말했다. 그 부분에서 엄지손가락으로 치는게 맞았냐, 그런 느낌을 살릴 줄은 몰랐다, 그리고 연주 중간의 퍼포먼스에 대해서도 음악에 취하지 않고서는 나올 수 없는 인상적인 퍼포먼스였다는 평이었다. 내가 연주해 본 곡을 들을 때는 연주자의 해석을 오롯이 느낄 수 있어서 더 재미있게 들을 수 있겠구나 싶은 생각이 절로 드는 감상평이었다. 이야기를 듣는 뒷풀이까지 얼마나 재미있었던지.

클래식의 대중화를 위해 힘써 온 김정원은 앵콜곡 소개 때 마이크를 잡았다.
앵콜 첫번째 곡은 쇼팽 사후에 출판된 유작. 녹턴이었나..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한 곡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두번째 곡은 쇼팽의 친구였던 리스트의 장송곡이었다. 쇼팽과 리스트는 한 살 차이지만 친구로 지내다 무슨 일인가로 사이가 틀어졌다고 한다. 쇼팽이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둘은 제대로 화해를 하지 못했단다. 리스트의 장송곡은 헝가리 혁명을 위해 쓰여졌지만 부제가 ‘1849년 10월’로 쇼팽이 사망한 달을 의미해, 김정원은 이 곡이 쇼팽을 기리는 곡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한다. 그렇게 들려준 리스트의 장송곡은 너무 웅장해서 연주자도, 관객들도 묵직함을 안고 돌아가게 될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한 곡을 더 들려주었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쇼팽의 녹턴 9번. 이 곡은 쇼팽이 20살 때 작곡한 곡이라고 한다. 쇼팽의 유작과, 그를 기리는 친구의 헌정곡, 그리고 가장 찬란한 젊은 시절의 쇼팽 곡으로 마무리한 앵콜 레퍼토리 자체가 하나의 공연이었다. 
조성진이 쇼팽콩쿨 우승하기 전에는 쇼팽하면 김정원이었는데, 역시 김정원은 김정원이다. 동호회 멤버들과 함께 해서 사진도 남기고 이야기도 남기고 너무 좋았던 공연이었다.




2023년 10월 7일 토요일

2023년 파크콘서트

올 해 파크콘서트의 마지막 주자는 잔나비. 이틀 전부터 줄을 섰다는 이야기, 오늘 7시 반에 줄 서기 시작해서 오후 3시 반에 자리 잡았다는 이야기 등을 미리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잔나비 공연에는 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실시간 유튜브를 볼 뿐. 그렇지만 두 번의 공연을 보았다.

첫 번째 공연은 이자람.
워낙에 유명한 소리꾼이라(여둘톡에서 이자람은 손열음과 함께 장군님이라 불리운다.) 꽤나 궁금하긴 했지만 공연을 애써 찾아 예매하러 가지는 않을 것이라 파크콘서트 라인업에 있길래 이번 기회에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연을 보고 난 소감은 '와, 너무 좋아서 블로그에 남겨야겠다'였는데 이제서야 글을 쓰니 그 날의 감동도 많이 잊혀져버렸네. 
전반부에는 얼마전까지 공연을 했었던 창작 현대극 '이방인의 노래'의 앞 부분을 해주었고, 후반부에는 춘향전, 심청전 등의 일부를 해주었다. 소리를 해주었다고 해야하나, 연기를 했다고 해야하나. 옛 판소리만 들어봤지 현대극은 처음 경험하였는데 혼자서 여러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각각의 표정과 몸짓과 소리가 어쩜 저렇게 재주가 많을까 하는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어느 공연이든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판소리의 격정적인 소리, 한이 담긴 소리, 또 연기까지 한 시간 반동안 끌어내는 것이 괜히 장군님으로 불리우는게 아니구나 싶었다. 
이자람 스스로도 판소리라는 쉽지 않은 장르를 일부러 시간 내서 보러 오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오신 분들 너무나 감사하다는 표현을 자주 했는데, 누구에게라도 추천할 수 있을만한 공연이었다. 공연 말미에 관객석에 불을 켜 주니 시작할 때에 비해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괜히 찡하기까지했다.



두 번째 공연은 코리안 드럼 - 영고.
KBS 아나운서라는 사회자의 설명으로 알았는데 국수호라는 한국무용가의 공연팀인가보다. 해외에서는 자주 초대받는 팀인 것 같은데 국수호라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았다. 지난 번 이자람과 마찬가지로 애써 찾아볼 것 같지는 않지만 실연을 보면 너무 좋을 것이 예상되지 않는가.
역시나 좋았다. 다양한 북과 북소리와 연주자의 힘과 열정. 젊은 연주자들이 많아서인지 상모 돌리기나 재주를 넘는 볼거리도 많았다. 그저 북을 칠 뿐인데도 눈을 뗄 수 없었던 공연으로 박수가 끊이지를 않았다.




라포엠과 성남시향 공연도 보고 싶었지만 나가기 싫어하는 영우 설득하기 힘들 것 같아서 두 개만 골랐는데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더 많은 공연을 함께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떻게? 미디어 시간 늘려주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