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18일 일요일

초등학생 영우

이제 방학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아무래도 마스크 쓰고, 친구들이랑 놀지도 못하게 하고, 쉬는 시간도 5분 뿐이라 학교 생활이 영 재미없는지 학교 안가면 안되냐는 말을 내내 달고 살았다. 돌봄 교실도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가 다니겠다고 했다가 마음이 오락가락하나보다. 

돌봄교실에서 피아노, 영어를 하고 있다. 피아노는 꽤 실력이 늘어서 아는 곡을 건반 짚어 음을 찾아가며 쳐 볼 수 있게 되었고, 나름대로 작곡도 해보았고, 왼손 반주를 할 뿐만 아니라 변주도 한다. 영어는 뮤엠영어에서 기초 파닉스를 한 덕분에 레벨 테스트할 때 기본소리는 정확히 인지하고 있다고 해서 2학년들과 수업을 하고 있다. 영어 선생님은 한 달에 한 번 생활기록부를 적어주시는데 집중을 잘 못하고 장난을 많이 쳐서 수업 태도 면에서는 주의를 많이 받고 있고, 수업을 따라가는건 잘하고 있다고 한다. 수영도 3개월 배우다가 그만두었다.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하는거, 하기 싫어서 엄살 부리는건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까 정말 어찌나 안쓰럽던지, 팔다리에 좀 더 힘이 생긴 후에 다시 시켜야겠다. 그래도 덕분에 물에서 잘 놀 줄은 알게 되었으니 위안으로 삼는다.

올해도 푸르니 친구들과 식물사랑단을 한다. 그런데 작년과 프로그램이 좀 겹쳐서 흥미가 떨어지는 것 같아 아쉽다. 푸르니 친구 덕분에 어린이 천문대 수업을 함께하게 되었다. 이 친구들과 운동도 함께 하면 좋을텐데..우선은 축구부터 시작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문화센터에서 바둑과 체스 수업을 하고 있다. 나는 바둑은 전혀 모르는데다, 이제 어지간해서는 영우에게 체스를 이길 수가 없어서 영우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고 싶은데, 수학은 이미 너무 선행이 되어 있어 1학년 때는 더 시키면 안될 것 같고 영어는 너무나 싫어한다. 억지로 억지로 리딩게이트를 시키고 있는데 공부하는 습관을 잡아줄 수 있을까. 그런데 학교 가니 확실히 글 쓰는 수준이 달라졌다. 글씨도 예쁘게 써서 깜짝 놀랐다. 그 중에 가장 놀랐던 것은 독후감인데 저렇게 글을 길게 쓸 수 있다니?






여전히 레고사랑이 넘치는 영우. 베란다 한켠에 전시 공간을 마련해 주었더니 정말 좋아한다. 요즘은 레고로 만든 체스 기물을 가지고 체스 두는 것을 가장 좋아하는 것 같다. 주말 사이 공작교실 책을 보며 뚝딱뚝딱 만든 작품들. 이런걸 보고 있으면 미술학원을 꾸준히 다니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기는 하다. 집 근처 도서관에 다시 열심히 다니고 있는데, 요시타케 신스케 작가의 책을 매우 재미있어 해서 예약해둔 책이 도착하면 집돌이의 본분을 잊고 집 밖을 나간다. 가장 최근의 큰 사건은 돌로 제 손가락을 찧은 것ㅜㅜ 이제 일주일 지났는데 손톱이 빠질 것 같다고 하신다. 아휴휴ㅜㅜ




이번 주 원격 수업이 끝나면 드디어 방학이다. 4주니까 금방 지나갈 것 같아서 큰 걱정은 없는데 코로나 때문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또 어영부영 지나갈 것이 가장 아쉽다. 이것 저것 시켜볼까 했는데 운동도 거부, 온라인 강좌도 거부해서 그냥 잘 놀아봐야겠다.


2021년 7월 1일 목요일

2021년 상반기 회고

회고랄 것도 없이 단조롭기만 했던 5월까지의 일상, 결국 다시 휴직을 하게 되었다. 

육아휴직이긴 하지만 주요한 사유는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작년 건강검진 때부터 심상치 않기는 했는데 자궁내막증을 모니터링해 오다가 증상이 생겨서 결국 비잔정을 먹기로 했다. 호르몬약이라 조금 걱정이 되기는 했는데 잠을 푹 못자는거 빼고는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 그리고, 더 주요하게는 두근거림 증상이 다시 시작되어서 신경정신과에 다시 가봐야 하나 걱정했는데 휴직 이후에는 그 증상이 없다. 역시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건강검진에서 심근병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이 있고, 그 증상에 두근거림이 포함되어있다. 다음 주에 서울대 병원 예약을 했는데 별 일 없이 지나가기를. 그런 와중에 잔여백신도 맞았다!

휴직하자마자 필라테스를 다시 등록하였다. 주3회를 목표로 다니고 있는데 선생님 기량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지만 조금도 늘어나지 않는 내 기량이 더 문제다. 언제쯤 티저 자세를 할 수 있는걸까.

그리고 친구들 만나기. 고등학교 친구들도 만나고, 대학원 동기 언니도 만나고, 동아리 언니들도 만나고, 영우 친구 엄마들도 만나고. 작년에 해외여행 계모임을 하나 만들었는데 올해 처음 만났다. 만나서 공연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얼마나 좋던지, 회사 다니면서는 이럴 여유가 왜 안생기는건지, 요즘 너무 좋은 나날들이다. 친구들과 11시 콘서트도 보고, 혼자 보러 갈 생각이었던 라비던스 공연도 함께할 친구가 있었고 정말 행복했다. 아직 333을 못 만난 것이 아쉽지만 다음 주에는 드디어 만날 수 있다! 


비올라 레슨을 다시 시작하였다. 비올라도 샀다! 주 3회 정도는 연습을 하려고 하는데 이번 주부터는 소리가 한결 나아진 것 같다. 지난 번 레슨 때 지적받던 것을 그대로 지적받았는데 고질적인 엄지손가락 모양도 좀 나아진 것 같다. 


책을 읽고 싶은데 짧은 글만 읽다보니 긴 글 읽는 호흡이 부족해져버렸다. 그냥 닥치는대로 읽으면 될테지만 지난 번 언어의 온도 트라우마로 아무 책이나 골랐다가 낭패를 볼까싶어 더 읽기 싫어졌다. 그러던 중 차라리 한 번도 도전해보지 않았던 장르 어떻냐는 조언을 받았고, 우연에 호의가 더해져 작가 친구에게서 책 선물을 받았다. 이 친구 판타지 소설 장르에서는 꽤나 유명한 작가인데 장르가 장르이다보니 한 번 사보지도 않았네. 프롤로그 읽을 때까지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후로는 쭉쭉 읽힌다. 너무 재밌다. 어쩜 이런 글을 상상해서 쓸 수 있는걸까, 고맙다 친구야!


6월 1일은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무창포에 다녀왔다. 영우가 아빠랑 인라인 스케이트 탄다고 주말에 탄천에도 몇 번 나가고, 에버랜드도 다녀왔다. 양고기의 매력에 빠진 영우와 양고기 먹으러도 두 번이나 다녀왔다. 집합 금지가 풀리지 않으니 친구들이랑도 모여 놀 수가 없고, 7월만 기다렸는데 당분간은 어렵겠지. 방학 때 잘 놀아줘야겠다.
휴직한 한 달 동안 하고싶은거 하고 지내니 너무 좋다. 지난 번 휴직 때는 걱정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았는데 지금은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계속 잘 지내고, 블로그는 자주 못하겠지만 인스타그램에라도 잘 기록해두어야지.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