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보육한 지 8주가 되었다. 지난 주부터 긴급보육을 보낼까 말까 고민을 하던 중이었는데, 긴급보육으로 등원하고 있던 영우 친구의 다리에 금이 가서 깁스를 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제대로 보육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그래서 신랑한테 계속 가정보육을 하겠다고 말했는데, 다음 날 아침 이유없이 영우한테 짜증을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이제 한계에 다다른 것인지 긴급보육을 보내야 하는 것인지 다시 고민이 되었다. 신랑도 내가 짜증내는 소리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날 저녁 긴급보육을 보내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을 주었고, 그리하여 오늘 등원을 하였다.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있기는 하지만 언제라도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부디 별 일 없기를.
지난 8주간 영우는 거의 매일 레고 만들기를 하였다. 학습도 좀 시켜보려고 시도하였지만 서로 스트레스만 쌓여서 결국 포기했다. 토도수학을 재미있게 해서 토도영어에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영우는 다른 놀거리들이 많으니 토도영어를 해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고 나는 계속 토도영어 하라고 닥달하게 되어서 결국 앱을 삭제했다.
그렇지만 처음 해보는 여러가지 시도들이 있었고 재미있게 보내기도 해서 기록해둔다.
책 만들기 : '늑대의 비밀'을 시작으로, 카툰 형식의 '퀴즈풀이 놀이풀이', 미로책인 '놀멍쉬멍 미로찾기' 세 권을 만들었다.
줄넘기와 자전거 : 줄넘기는 여전히 한 번 밖에 못 넘지만 가끔씩 들고 나가서 뛰어본다. 윗 집 누나의 자전거에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한 번 타보았다. 몇 번 더 태워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옥상 캠핑 : 옥상에 올라가서 캠핑의자, 돗자리 깔고, 어느 날은 텐트도 치고 윗집 아이들과 놀았다. 두 달간 윗집 덕을 많이 봤다.
쿠키 만들기 : 믹스를 한참한참 전에 사두었는데 얼마만에 실행을 한건지. 너무 좋아해서 한 번 더 만들어보았다.
친구들과 영상통화 : 어린이집 친구가 한 번 놀러오기는 했지만, 다같이 얼굴 보기는 쉽지 않은 일. 5명이 영상통화를 하였는데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그렇지만 재미있는 경험.
킥보드 : 나갈 일이 많지는 않았지만 대중교통 타고 다니는 걸 최소화하고 싶어서 킥보드로 이동해보았다. 체력이 될까 싶었는데, 정자동까지 판교까지 어렵지 않게 다녀왔다. 덕분에 분당 이사오고 난 후 처음으로 탄천의 봄을 제대로 느껴보았다.
발치 : 아랫니 두 개가 빠졌다. 처음으로 치아 엑스레이를 찍어보았는데, 영구치가 열심히 올라오고 있는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빠진 자리에는 벌써 영구치가 반 이상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전래동화 : 승우형아한테 받은 책이 많은데 쌓아두고만 있다가 전래동화를 처음 읽게 되었다. 심청전을 읽은 후 발레 심청을 보여주었더니 더 재미있어한다. 이제 제법 글밥이 많은 책들을 읽게 되었다.
이대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2020년 4월 20일 월요일
2020년 4월 6일 월요일
영우 어록
이제 7살이 되면서 어른처럼 대화하는 영우. 몇 가지 웃겼던 대화들.
떨어지는 꿈을 꿨단다. 키 크려고 그러나? 했더니 '짧았지만 좋았던 인생을 이렇게 끝내야하나' 하는데 깼다고 한다.
대보름에도, 생일에도, 무슨 소원 빌건지 물어보면 소원을 계속 빌 수 있는 소원을 빌거란다. 계속 빌 수 있게 되면 무슨 소원을 빌려고 그러냐고 했더니 계속 빌 수 있게 될 때까지 일단은 소원을 계속 빌 수 있는 소원을 빌겠단다.
코로나로 집에만 있으니 뭐 좀 시켜볼까 싶어서 놀면 뭐해 공부도 좀 하고 그러는거지 라고 했더니,
'놀면 재밌짆아요. 엄마는 어린이의 마음도 몰라요? 엄마는 어린이일때가 없었어요? 왜 영우 마음을 몰라요. 엄마 어릴때는 영어 공부 싫어했죠?' 라고 뼈를 때린다.
영우가 놀이터나 위층 아이들 만날 때나 친구들 만날 때면 아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잘난척을 한다. 곱셈이나, 한자나, 역사 이야기나, 신화 이야기나 아는 모든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너는 아냐고 어떨 때는 7살인데 이것도 아직 모르냐는 발언도 한다. 그래서 한 번 잡아두고는 모두의 관심사가 같지는 않기 때문에 누구는 줄넘기를 잘하고, 누구는 영어를 잘 하고, 누구는 자전거를 탈 수 있고 그런거다, 영우는 지금 한자나 숫자에 관심이 많아서 남들보다 빨리 안 것 뿐이다, 등등 이래저래 잘난체 말라고 잔소리를 했더니 '네 겸손하겠습니다.' 하고 자리를 뜬다. 그런 뜻을 알다니?
신랑한테 온갖 잡동사니가 쌓여있는 미니탁자를 좀 갖다달라고 하니 미니탁자 한 쪽만 들어올려서 위에 쌓인 잡동사니들을 그대로 바닥에 쏟아버린다. 그것을 지켜 본 영우가 '아빠, 그건 영우나 할 짓인데' 란다. 나도 공감.
픽토그램 중 이제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들거라고 생각되는 것은 통화버튼 누를 때 전화기 모양. 신랑이 영우에게 이렇게 생긴 전화기 본 적 있어? 했더니 '호텔에 있잖아요' 한다. 참 부족할 것 없는 삶일세.
영우 습관을 좀 개선하고 싶어서 스티커 제도를 운영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부족할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영우는 장난감 좀 치우고 스티커 받으라니까 '받아서 쓸데가 없잖아요. 장난감만 늘리지, 그럼 더 어지럽히기만 하지. '라 하고 결국 치우지 않습니다.
밥을 한 시간 넘게 먹으니 이 또한 괴로운 일인데, 우리 밥 먹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식탁에 머무는 시간이 너무 길지 않냐고 하자 '그래도 이렇게 하루하루 먹고 사는게 어디예요' 한다. 그래, 부족함 없이 먹고 사는게 어디냐.
x
피드 구독하기:
글 (At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