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2월 16일 일요일

나의 근황

아래는 2019년 11월 13일에 작성중이다가 완성하지 못한 글이다.
다시 보니 조금 부끄럽네. 관심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 시간내서 슬슬 해봐야지 했으나 지난 2달간은 넷플릭스의 스캔들을 정주행하느라 대부분의 시간을 썼다. 부끄러울 것 없는데 부끄러워하는 이것이 나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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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우의 근황이 궁금한 사람들이 더 많겠지만..나의 근황을 먼저 보고하자면..

결국 몸에 탈이 나서 10월 말에 수술을 했다. 수술은 잘 되었고, 회복의 시간을 갖고 있는 중이다. 12월부터는 외부활동을 할 수 있기를.

퇴원 직후 가장 먼저 한 일은 게임을 삭제한 것. 그동안 나의 여가시간을 좀먹던, 아니 통째로 가져가버렸던 게임들을 드.디.어. 삭제했다. 다른 놀 거리를 찾을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땡볼님의 유튭을 보았다. 그동안 모아놓은 영상들이 많고도 많았는데 가장 먼저 열어본 것이 나랑 상관없는 '한국인이 미국회사에서 많이 듣는 소리와 대처법 : https://www.youtube.com/watch?v=qxsXgODmbAM ' 이라니 인정하기는 싫지만 난 여전히 미국회사에 대한 동경이 있나보다.
좋아요 찍어놓은 것을 보면..과거에는 중구난방이었는데, 최근 1년간을 보면 책 소개, 학습 동영상 소개, 건강 운동법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래, 이제 관심있는 것들 좋아하는 것들 시간내서 슬슬 해보자.

아이가 없던 시절 친정에 가면 동생과 엄마아빠는 꼭 근교에 나들이 일정을 잡아두었고 이곳 저곳 다니며 찍은 사진들이 많이 남아있다. 지금은 아이들끼리 놀게 두는 것이 편하니 주로 집에서 만나게 되는데,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지금을 추억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사진도 많이 남겨두고 싶다.
마찬가지로 어머님이 건강하시던 시절은 가족모임이 있을 때 나들이를 하기도 했고, 사진들도 남아있다. 영우와 나들이를 하고싶은 마음이 가득하실텐데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니 지금 상황이 안쓰럽다. 영우 올라오면서 사진 정리할 시간이 없어서 성장앨범은 중단했는데 다시 만들어서 갖다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드네.

영우를 만나기 이전은 몇 개의 이벤트가 있고 그를 기록하기 위한 사진들이 있다면,
영우를 만난 이후는 매일의 일상이 이벤트가 되고 매일을 기록한 사진들이 가득하다.


우리 집 첫 가족회의

마지막 글이 2019년 7월이구나.
해가 바뀌어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영우의 '나는 왜 태어난걸까요?'라는 말로부터 비롯된 에피소드 때문이다. 
만 6세를 열흘 앞두고 있는 2020년 2월 15일의 영우는 잠자리에서 나는 왜 태어난걸까요? 라고 한다. 나는 뭔가 오글거리는 말을 해야한다는 강박으로 엄마아빠가 영우와 행복하게 살려고~ 어쩌고 하는 말을 했는데, 영우는 그게 아니라 엄마아빠를 자꾸 불편하게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예로 드는 것이, 우유 쏟은 거, 케찹 쏟은 거여서, 그런건 아무 일 아니라고 달래주었더니 그게 아니라 영우 말고 다른 아이가 태어났으면 더 좋았을텐데 왜 영우가 태어났을까란다. 으악,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줄이야. 

엄마아빠가 영우를 사랑한다는 건 알지만, 영우가 엄마아빠를 자꾸 불편하게 만드는 것 같아서 다른 아이가 태어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는 영우. 어찌어찌 달래주기는 했지만 영우 마음을 좀 더 달래줄 필요가 있겠다 생각되어 소집된 가족회의.
회의록은 이하와 같다.

Agenda : 영우 가족의 행복한 삶을 위해 서운했던 점과 앞으로 바라는 점 공유
시간 : 2020년 2월 16일 일요일
회의 배경 : 2월 15일 저녁 영우의 '나는 왜 태어난걸까요?'라는 질문으로 영우의 가슴아픔을 다독여주기 위해 가족 회의를 주재함

회의 내용
영우 : 엄마가 앞으로는 화를 많이 안 내고, 아빠도 화를 많이 안냈으면 좋겠어요. 친절하게 말해주면 좋겠어요. 혼내고 그러는게 안 좋았어요.
엄마 : 친절하게 혼낼 수는 없다.
아빠 : 혼내지 않고 벌을 주겠다.
영우 : 말로 혼나기보다는 몸으로 벌을 서는 것이 좋다.
아빠 : 시간이 구별되기. 놀 때는 놀고, 먹을 때는 먹고, 씻을 때는 씻기만 했으면 좋겠다. 엄마는 영우 밥숟가락 크기를 절반으로 해주면 좋겠다.
영우 : 영우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엄마 :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도 뜻대로 안되는 것에 대해 바로 울음으로 표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빠 : 감정이 앞서는 것이기 때문에 어려울 것이다. 울 때 어떻게 해야하는지 부모가 먼저 알려주자.
영우 : 영우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엄마 : OK. 다른 바람은 먹어보지도 않고 안 먹겠다고 하거나, 한 번 맛 보고 뱉는거 안했으면 좋겠다.
영우 : OK. 그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아빠 : 영우 밥을 한 시간씩 먹는건 너무하다고 생각한다. 밥 먹는 시간은 줄어들기 어려우니 밥 양을 줄이자. 대신 간식을 늘리자.
영우 : OK.

Next Action
1.영우 식사량 조절
2.벌상 제도
벌: 영어/주산 숙제 안하면 스티커 -1. 식사 60분 지나면 밥 치우고 스티커 -1.
상: 책 1권에 스티커 1. 잠들기 전 장난감 정리. 샐리가 씻으라고 할 때 제대로 씻을 경우.
위 벌상은 시간이 지난 후 수정 가능.스티커 100개에 장난감 1만원 상당. 장난감 금액 결정은 영우가.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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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한 지 6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또다시 울음바다가 펼쳐졌다.
영우는 내가 왜 태어난걸까를 무기로 삼을 생각인가보다.
그리고 영우의 질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엄마는 영우 때문에 좋았던게 있었냐고 했는데 내가 버벅거렸다. 아..아들이 자꾸 나를 시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