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28일 화요일

영어하는 영우

2월에 노부영 스타일의 영어학원 한 달 다니고 코로나 때문에 중단했다가 5월부터 다시 나갔는데 6월에 선생님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셨다. 어쩌나 하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7월부터 뮤엠영어를 다니기 시작했다. 원래는 매일 가는 보습학원인데 우리는 집이 멀어서 주3회 다니고 있는 중이다. 수업 중에 산만하고 방해가 되는 행동들을 하는 것이 문제이긴 한데 아직 선생님이 컨트롤 가능하고, 숙제하기 싫어하거나 다니기 싫어하지는 않으니 다행이다.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영어를 일찍 접한 영우는, talk talk my crayons talk 을 부르는데, talk의 발음이 좋다. 그 한 단어 발음이 좋은게 티나냐 싶겠지만 나는 한 번도 그런 발음을 내 본 적이 없으므로..신기하기만 할 뿐.
퀴즈를 내고 있었는데 신랑이 엘보라고 이야기하자 전혀 못알아듣길래 팔꿈치라고 알려주자, 그게 어떻게 그런 발음이냐며 엘보라고 말하는데..음 신랑의 엘보와 영우의 엘보는 전혀 다른 발음이었다.
지나가다 간판을 보고 룸이라고 했더니 저건 룸(R발음으로)인데 왜 엄마는 룸(L발음으로)이라고 하냐고 그렇게 말하면 알아들을 수가 없다고 혼났다.
영우가 퀴즈를 내면서 불가사리가 영어로 뭐냐고 했는데 스타피쉬라고 했다가 땡 당했다. 스따아R피쉬가 정답이란다.

그렇잖아도 요즘 말꼬리 잡아서 딴지거는 재미를 알아버렸는데 앞으로 살면서 영어발음 타박을 많이 받을테지. 요즘 파닉스 숙제하는거 옆에서 봐주는데 발음이 너무 생소해서 벌써부터 괴롭다. 아흑

2020년 7월 5일 일요일

영우 어록

육아일기가 영우 어록으로 그나마 명맥을 잇고 있다.

핸드폰  달라고 했더니 가져다 주기는 하는데 이어지는 투덜거림. '이 집 사람들은 다 귀찮아해. 다른 사람한테 막 시키고. 심지어 이렇게 하라고 한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주문 받은 사람도 엉덩이를 안 떼고' 

어린이집 7세 최대 행사인 알뜰장터가 소규모로 진행되었다. 알뜰장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작년에 진행되었던 푸르니 장터 이야기가 나왔다. 여러가지 게임을 하고 미션도 수행하면 엽전을 주는데, 엽전으로 주막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돈이 부족했는데 더 줬잖아요. 너무 좋은 추억이야'

식물사랑단에서 나비로 우화시켜보라며 번데기를 나누어주었다. 우화가 되면 그 나비를 어떻게 하면 좋을지, 집에서 키우는게 좋을지 나비가 좋아하는 꽃이 많은 곳에 놓아주는게 좋을지 질문을 하셨다. 영우가 손을 번쩍 들더니 엄청난 속도로 말을 한다. '선생님 저는 둘 다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집에서 나비가 좋아하는 꽃에서 키울 수 있잖아요.' 수업시간의 영우 모습을 살짝 엿본듯.

영우가 그림 그리고 싶다고 해서 절취연습장을 찢어주는데 살짝 찢어졌다. 그냥 그리라고 했더니 '엄마는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어요?' 라고 한다. 나는 크게 상관 없는데? 라고 했더니 '엄마가 7살이라면요? 7살인데 찢어진 종이에 그림 그리고 싶겠어요?' 라고 해서 새 종이를 다시 찢어주었다.

신랑 회사에서 게임이 출시되었다. 서버 이슈가 있어서 저녁 9시가 넘어서 아빠 재출근해야 한다고 하며 주섬주섬 준비를 하고 있으니 '아 재출근? 나도 커서 해야하나?'란다. 게임을 만들고 싶은걸까.

2020년 7월 2일 목요일

팬텀싱어3

팬텀싱어3 결승을 하루 앞두고, 전야제 방송을 보고 있자니 기록을 남겨두지 않을 수 없다.
가까운 지인 중에 팬텀싱어3를 보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서 혼자서만 보고 있으니 너무 아쉽고, 이 대단한 사람들을 제대로 소개해 주지 못해 아쉽다.

나의 원픽은 존노.
고영열과 함께 부른 쿠바 노래를 접하면서 저 사람이 도대체 누구인지 ,예선 영상을 찾아보았다. 청량한 목소리, 정통 성악가임에도 어떤 장르든 소화해낼 수 있는, 네이티브 천재 음악가이다. 뻗어나가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인간의 목소리가 얼마나 훌륭한 악기인지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존노라면 누구와 함께해도 우승후보가 되겠지만 글로벌을 겨냥한 그의 선택은 고영열. 소리꾼이라고 말들이 많은 모양이지만 이 사람 역시 천재다 싶다. 그가 프로듀싱한 무대들을 보면 바로 느낄 수 있다. 특히 무서운시간( https://www.youtube.com/watch?v=jFPQRDPKmu8 )과 결승전의 흥타령( https://www.youtube.com/watch?v=4wPUa8OKbos ) 은 너무나 감동적이다. 흥타령 무대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막 흘렸는데 나중에 신랑에게 추천했더니 신랑도 눈물을 흘렸다. 한국인의 정서란 도대체 무엇인지 원.
그리고 황건하. 고영열이 황건하의 소리가, 음악이 정말 한국적이라고 할 때 잘 이해하지 못했는데 흥타령에서 보여준 모습은 정말 놀라웠다. 본선을 거치면서 성악을 포함한 모든 장르에서 빠르게 흡수하고 발전하여 엄청난 역량을 선보여 왔는데 흥타령을 부르는 모습은 정말 충격이었다. 성악발성의 존노의 경우에는 국악발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온몸을 사용하여 깊은 울림을 표현하였는데 황건하는 그런 것 없이도 감정에서 발성까지 거의 국악인 같다고 느껴졌다.

결승전에 선 12인은 누구 하나 흠잡을데 없이 훌륭한 음악가들이다. 자신에게 맞는 음악, 팀을 만났을 때 역량이 발휘되고 더욱 빛나는 것을 보니 부럽기도 하다.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그렇게 사랑할 수 있다니, 그리고 우승을 떠나 평생 함께 할 음악적 동반자들을 만난 것이니 부럽지 아니할 수가. 
어쨌든, 우승은 라비던스! 존노!!

옆에서 영우가 흥타령의 '꿈이로다 꿈이로다 모두가 꿈이로다'를 부르고 있다. 엄마가 팬텀싱어 본다고 조용히 책 읽고 있다. 고마운 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