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6월 9일 화요일

영우 어록

7세 영우 어록을 기록할 때가 되었다. 점점 귀엽지 않은 말들만 하게 되는 날이 올테지.

어느 날 영우가 이야기한다. '나이 달라도 친구일 수 있어요' 나이 다른 친구 누구? 라고 하니 '333 이모들 그리고 차이나는 클래스 만든 사람'이란다. 333 이모들 보고싶다.

영우는 잘 때 자꾸 얼굴을 더듬는다. 영우 엄마 얼굴 자꾸 만져서 엄마가 빨리 늙으면 어쩌지 했더니 '갱년기 한 번 오겠죠'

스쿼트 머신을 샀는데 조립이 필요하다. 아빠 옆에서 돕는다며 공구를 다루는데 예상외로 잘하는 모습을 보이길래 잘한다고 칭찬하니 '내 원래 이런 남자라고요'

어느 날 영우에게 선물이 있다고 하니까 두 손을 꼭 쥐며 '기대하지 말자, 기대하면 실망하게 되는 법'

다큐멘터리에서 엄마새가 아기새에게 먹이 주는 것을 본 후에 영우 밥 먹이면서 너무 아기새처럼 입만 벌리고 있는거 아니냐고 했더니 '원래 다 그러면서 크는거지 뭐'

뭐 때문이었지, 신랑이 시리한테 물어보고싶다고 했더니 '시리? 시리는 샐리보다 더 멍청이 아닌?' 이런 취급을 받다니, 시리야 공부 좀 더 해라.

슈가맨에 자자가 나왔다. '버스 안에서'를 듣는데 놀고 있던 영우가 TV로 시선을 돌리며 '뭐 이렇게 신나는 노래 다 있냐?'

양치하면서 하도 돌아다니고 쾅쾅거리길래 화를 냈더니 '엄마는 마음을 다스릴 줄 몰라요?' 그 얘기를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했더니 그걸 좋게 보는 분도 있었다. 자기 마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 이야기를 바로바로 해주니까 부모가 폭주할 때 제어가 되지 않냐며. 내가 움찔한 포인트도 그것.

하루생활을 바르게 하면 천원씩 받기로 하면서 바르게가 뭘까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단 엉덩이 떼지 않고 한 시간 안에 밥 먹는거, 책 하루에 5권 읽는 거, 그리고 11시 전에 자는거 어떠냐고 했더니 '11시 전에 자는거 그건 무리예요'

2020년 6월 1일 월요일

레고 사랑

가정보육 기간 내내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레고 놀이를 했다. 감기 기운이 있어서 집에서 또 레고 놀이를 하는데 오늘은 엄마도 꼭 로봇 하나는 만들었으면 한단다. 그러면서 영우는 그 날 본 유튜브 영상에서 만들어낸 새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낸다. 그리고 합체하는 로봇들도 만들어낸다.
괜히 자극받은 나도 트랜스폼하는 것으로 만들어보겠다는 욕심만 앞서서 바퀴를 달기는 했는데, 바퀴를 달게 되니 레고의 방향이 고정되어서 몸통과 연결을 할 수가 없다. 쩔쩔매고 있으니 영우가 뭐가 문제냐고 물어봐서 내가 만들고 싶은 것과 문제점을 설명을 해주었다. 그랬더니 '엄마, 제가 이럴 경우를 대비해둬서 만들어둔 게 있어요. 그건 지금은 없지만 만들어봤기 때문에 또 만들 수가 있어요. 엄마는 걱정하지 말고 몸통을 만드세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라고 한다.
잠시 화장실을 다녀왔더니 문제를 해결해두었을 뿐만 아니라 로봇 머리가 자동차로 바뀌었을 때 어색하지 않게 운전석까지 만들어두었다. 그것을 발전시키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자 또 신나서 부품을 찾아준다. 덕분에 오랜만에 칭찬 받는 변신로봇 완성. 아빠한테도 엄마가 트랜스포머를 만들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오늘 영우의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보면서, 특히 너는 걱정하지 말고 너의 역할을 하고 있으면 나머지는 내가 도와줄게 라는 모습을 보면서 친구들과의 놀이 관계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영우의 말과 태도에 정말 감동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