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7일 화요일

2019년 2월의 영우

5년 만에 처음으로 영화를 보러 갔다. 헬로카봇. 누군가는 부부 중에 한 명만 희생하면 되고 시간도 잘 가는데 이 좋은걸 왜 그간 아껴놓았냐고 한다. 실제로 영우랑 내가 헬로카봇을 보는 동안 신랑은 극한직업을 보았다. 영우도 신나 하고 종종 영화보러 와야겠다. 그러나 너무 지나치게 흥분해서 민폐가 되기는 한다. 애들 영화니까 다들 이해해주겠지 ㅜㅜ
지난 연말 이후 집에서 노는 것이 좋아진 집돌이 영우. 설 연휴에 어디 갈까 했더니 집에 있고 싶다며, 몸이 안 좋은 것 같다며 기침하는 연기를 한다. 능청스럽기는. 집에서 놀면서 이것저것 그려낸 작품들.
 이제 가위질도 제법 잘한다. 네모, 동그라미를 잘라내서 만든 자동차.

 위의 으르렁 사자는 영상까지 찍어서 소개해준 것이다.

 위의 물고기는 그림은 내가 그렸지만 아이디어는 영우의 것. 해달라는대로 그렸다.

치카를 하면서던가. '히으' 발음을 하면서 이건 어떻게 쓰는건지 묻는다. 음? 그러게 그런 발음이 존재하고 있었네? 그런데 표기법은 없는데 했더니 이렇게 쓸 것 같다며 종이에다 ㅎ 아래에 ㅡ 두 개를 아래로 이어쓴다. 오, 그럴듯하다 했는데 실제로 이런 글자가 있었다고 한다. 사진을 찍어두지 않아 아쉽네. https://namu.wiki/w/%E1%86%96

설날 저녁. 시댁 식구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들뜨고 흥분한 영우는 펼쳐놓은 상 모서리에 이마를 부딪혔다. 피가 철철 나는 것을 지혈해서 동네 응급실, 성바오로 응급실을 거쳐 경희대병원 응급실까지 가서야 성형외과 선생님에게서 봉합술을 받을 수 있었다. 아이가 다치면 무조건 큰 병원에 가야한다. 전문의 선생님이 계시고 체계적으로 돌아가는 응급실을 보이니 안심이 되었다.
피가 날 때에는 '엄마, 머리가 너무 아파. 정말로 피가 나?' 하고 울어서 마음 아프게 하더니 니만 진정이 되고난 후에는 큰 병원의 응급실이 신기했나보다. 처치도 잘 견디고 조잘조잘대니 간호사 선생님들도 귀엽다 하시고 앞쪽 베드의 청년은 몇 살이냐며 똑똑한 것 같다고 한다. 와중에 환자복 입고 이마에 거즈 붙이고 있는 모습은 왜 또 그리 귀여운지. 봉합을 기다리는동안 색종이도 이만큼이나 접었다.


3개월이 지난 지금은 흉도 거의 남아있지 않아 다행이다.

색종이로 엄청난 양의 무엇인가를 접어내고 있는데 트럭 접기를 해달라고 한다. 좀 어려워보여서 못하겠다고 했더니 '엄마가 이런 것도 안해주면 어떡해. 이것도 안 접어주면 엄마 아니야. 그냥 아줌마야'란다. 영우에게 아줌마란 ㅜㅜ

- 친구들
2월에는 이래저래 정신이 없어서 친구들과 따로 만나서 놀지는 못했다.
푸르니는 반이 바뀌게 되었고 반 배정 오리엔테이션에 갔더니 다람쥐반 아이들 5명이나 이번에 같은 반이 되었다. 다움이와 시우는 3년 연속 같은 반이다! 영우가 시우랑 주원이랑 삼총사라고 이야기하곤 했는데 시우 아버님께 삼총사 이야기를 했더니 시우도 그 이야기를 하더라며 공인인가보구나 하신다.
신년이라 오랜만에 333+++로 만났다. 포시즌 로비에 들어서더니 몇 번 와봤다고, 아 여기구나~ 하면서 입장하신다. 만5세에 호텔방문 자주 하시는 분은 보칼리노의 미로 바닥, 어린이에게 특별히 제공해주는 도넛, 직원들의 친근한 서비스, 모든 것을 다 마음에 들어하였다. 바질을 먹어본 후, 트러플을 맛 본 후의 영우 표정을 본 333은 유튜브 꿈나무로 키우자고 한다. 감정표현과 표정이 풍부한 영우를 보면 신기하긴 하다.

- 홍콩
그리고 영우 생일맞이 홍콩여행. 당시에는 많이 힘들었는데 지나고보니 좋았던 기억만 남아있다.
처음 하루 반나절은 가이드와 함께 하는 일정이어서 여기저기 많이 다니고, 영우는 배가 아프다고 하고, 길거리 담배문화나 지저분한 화장실은 불쾌하고, 에어컨은 너무 세게 틀어놓아서 감기 걸릴까 걱정되고, 걸을 일도 많아서 힘이 들었다. 그러나 여기저기 스팟에서 남긴 사진들을 보니 참으로 좋아보인다.
다음 하루 반나절은 과학박물관에서 이것저것 체험도 하고, 놀이터에서 현지인들과 뛰어놀고, 심포니 오브 라이트도 보고, 대관람차도 타고, 페리도 많이 탔다. 트램을 못탄 것이 조금 아쉽고 맛집을 못다닌 것이 아쉽긴 하다. 대중교통을 많이 타고 다녔는데 엄마는 버스타는거 좋아한다고 했더니 영우가 '나는 택시'란다. 출발선이 다른 인생이로다.
생일 선물로 홍콩에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페파피그 티셔츠를 사고, 토이자러스에서 직접 장난감을 고르고, 레고도 샀다. 홍콩은 레고가 싸다는 사실!

영우의 생일날에는 생일 축하한다고,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아빠는 씨앗을 보내주어서, 엄마는 태어나게 해주어서 고맙다고 한다. 말도 참 예쁘게 하지. 저녁은 근처 맛집을 찾았으나 예약이 필요한 곳이어서 호텔로 돌아와 1층 바에서 해결했다. 버거와 피자를 주문하고 우리가 마실 맥주를 주문하니 영우도 오렌지 쥬스를 직접 주문한다. 호텔 직원이 스마트 보이라고 칭찬을 해준다. 그리고 영우 생일인 것을 알고는 디저트로 무스에 초를 꽂아서 노래를 불러주기까지 했다. 영우에게도 기억에 남을만한 에피소드 아닐까 싶다.
매년 생일에 이런 경험을 시켜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 어린이 집에서는
푸르니 책에 선생님께 하트팝업이 되는 카드에 편지쓰기가 있어서 두분께 편지를 써드렸더니 두 분 모두 좋아하셨다.
미술영역에서 텔레비전을 꾸며주면서 달도 그리고 달이라고 글자도 써 주었는데 그 옆에도 자꾸 그림을 그리더니 '선생님 이건 나사예요'라고 이야기해서 NASA? 우주? 라고 물었더니 '아니요. 돌리는 나사요, 나사'라고 이야기해서 빵 터지셨단다. 영우 수준을 너무 높게 보고 계셔서 NASA를 안다고 생각하셨단다.
그동안 초롱새반에서 했던 놀이 사진들을 이용해서 추억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영우는 큰 흥미를 보이며 직접 자신이 나온 사진들을 오려 붙이고, 각 사진 밑에 달린 질문들(기분이 어땠나요? 누구랑 놀이했나요?)에 '신났어요', '이시우, 황주원'이라고 직접 답을 적기도 했다고 한다.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기 위한 보드게임을 해보았는데, 주사위를 굴려서 하트 모양 칸에 도착하자 하트 모양 그림이 그려진 카드를 뽑았다고 한다. 그 카드에 '몸으로 하트 만들기' 미션이 써 있는 것을 보고는 손으로 하트를 만들고, 팔로 커다란 하트도 만들어준 뒤 손가락 하트까지 총 3종 세트의 하트를 아낌없이 날려주었다고 한다. '선생님 안아주기' 미션이 나왔을 때에도 함박 웃음을 지으며 달려와서 꼭 안아주었다고 한다.
영우는 방울새반으로 배정되어서 재원아 적응프로그램을 하면서 새로운 반에서 함께 지내게 될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놀이하였다고 한다. 다람쥐반 친구들 4명이 같은 반이 되었고, 초롱새 반의 겸임을 해주시던 이수진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이 되어 영우도 기뻐하였다. 영우가 방울새반에서 이수진 선생님과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 초롱새반 선생님들이 서운해 하신다.
초롱새반에서의 마지막 날 생일파티도 하고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즐겁게 놀이하며 마무리했다고 한다. 마지막 날이라 통합반 가기 전에 갔더니 역시나 다들 일찍 가고 3명의 아이들만 남아있다. 아이들 한 명씩 보내면서 선생님도 눈물을 보이신다. 정말 한 해동안 사랑으로 보살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